저는 실패했지만, 비트코인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작년 오늘, HeartBit는 아래의 트윗과 함께 그 시작을 알렸었습니다. 저희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을 넘어, 저희가 일하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비트코인이 쓰이게 하고자 했습니다.
만약 국경과 보험 네트워크에 의한 제약 없이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의사가 연결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서비스 비용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다양한 사고 실험 끝에 저희는 이러한 자유 시장을 헬스케어 분야에서 만들 수 있다면 의료비용이 점점 높아지는 미국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환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제품을 구체화 했습니다. 그리고 약 반 년 후, 저희는 알파 버전 앱을 출시하여 Bolt.fun에 공개했었습니다.
마주한 현실
이 과정에서 저희는 현직 의사들을 포함하여 전세계 곳곳의 다양한 분들로부터 응원의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다시 한 번 그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이 도전을 실패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미 수개월 전에 핵심 지표가 매우 저조한 것을 확인했었지만, 실패의 시그널일 수 있는 이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긍정적인 시나리오만을 생각하며 자기 최면을 지속하였습니다.
얼마전 고인이 되신 찰리 멍거는 "네가 사지 않을 것을 팔지 말라" 라는 조언을 남기셨었습니다. 비록 그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반대론자이지만, 비즈니스에 있어서 이 말은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딱 저를 위한 말이었습니다. 사실, 제 가족이 아플때 조차 저는 제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이가 제 사용자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양심적이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용자 그리고 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했지만, 기술 리더십을 담당하던 코파운더가 다른 크립토 프로젝트를 하러 이탈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게다가 Apple은 그들의 In-App 결제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앱 출시를 막았고, 아버지의 건강까지 갑자기 악화되면서 저는 더이상 긍정 최면을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희의 첫 도전은 여기까지라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나머지 팀원들과는 서로 더 좋은 미래를 기원하며 헤어졌습니다. 현재 Google Play에 출시되어 있는 알파버전 앱은 아직 간단한 기능은 동작하고 있으나, 라이트닝 지갑을 통한 비트코인 입출금은 불가능하며,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AWS 크레딧이 소진되면 더이상 운영되지 않을 계획입니다.
새로운 미션
1. 오픈소스 HeartBit
비록 HeartBit의 첫 도전은 실패로 막을 내렸지만, 이는 저희의 실패일 뿐이지, 똑같은 일을 다른 누군가가 적절한 때에 시도한다면 저희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적절한 상황이 온다면 새롭게 도전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라도 지속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개발한 제품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저희의 도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이젠 저도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함께 여정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간 저희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하며 만든 코드가 새로운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기반의 혁신을 가속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면 그 또한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2. 한국의 비트코인 인프라 빌더로서의 HeartBit
한국의 원화는 최근 비트코인과 가장 많이 거래된 법정화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비트코인 기반 회사를 위한 인프라는 정말 부족합니다. 특히 인적 자원과 제도, 지식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그 중 인재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비록 트위터와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된 훌륭한 비트코이너분들이 한국에도 적잖이 계셨지만, 스타트업을 통해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나갈 의지와 스킬을 갖춘 분을 찾는 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최소한 10배는 더 어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Bitcoiner Jobs와 같은 해외 비트코인 분야 구인구직 서비스와 Layer4Talent와 같은 리쿠르팅 업체를 활용하여 팀원들을 구했지만, 결국 필연적으로 다양한 시간대에 걸친 리모트 환경에서 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장점도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트위터나 Nostr 중심의 커뮤니티를 넘어 보다 많은 대중들이 비트코인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체계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인재들도 더 많아지고, 이 인재들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도 더 많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HeartBit의 새로운 정체성을 한국의 비트코인 인프라 빌더로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활동은 한국 최초의 Bitcoin-only 컨퍼런스가 될 BitcoinSeoul 2024입니다. 한국의 주류 경제미디어 서울경제와 한국에서 가장 오랜 비트코인 밋업인 SeoulBitcoinMeetup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 비트코인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대중의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시작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비트코인 씬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저와 회사의 실패가 곧 비트코인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치 닷컴버블이 터진 이후 수많은 회사들은 실패했지만 인터넷이 실패한 것은 아닌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실패의 경험 마저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되어 언젠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다는 아니지만 작년 한해 동안 USD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150% 이상 올랐습니다. 그리고 오늘, 비트코인은 $45K에 도달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저를 상관하지 않는게 분명합니다.
HeartBit의 첫 시작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비트코인 덕분에 올해는 새로운 시작을 계속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저는 HeartBit의 활동 소식과 함께 한국의 비트코인 시장과 비즈니스에 관심있는 분들과 비트코인 관련 중요한 이슈와 지식을 알고 싶은 대중을 위한 정보를 HeartBit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뉴스레터 구독과 소통 부탁드리겠습니다.